매일 무진을 따라 귀동냥을 하면서, 성연은 차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한 가지씩 찻잎을 들고 소개하는데 모두 정확하고 이치에 맞는 말이었다.하지만 예민주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정 이사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기에 성연의 열정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송성연과 차나 마시려고 이 원피스를 입고 매혹적인 향수를 뿌린 게 아니야.’물이 흐르는 것처럼 우아한 성연의 차를 우려내는 자태는, 흡사 이미 다도에 입문한 듯한 모습이었다.이윽고 거실 전체에 차 향기가 퍼지면서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성연이 우롱차 찻잔을 예민주에게 건네주었다.“한번 마셔 봐!”찻잔을 받은 예민주는 바로 차의 맛을 보았다.그리고 내친 김에 성연을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언니의 다도는 정말 대단해요. 이렇게 찻잎을 우려 내니까 달콤하면서도 향기가 넘치네요. 과연 우리 차는 원래 이런 맛을 가지고 있었군요. 유럽에서는 기껏해야 밀크티 정도만 마실 수 있었는데!”“뭘 이런 걸 가지고... 차 맛은 괜찮지?” 성연은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부산하게 손을 놀렸다.이때 핸드폰이 마침내 울리자, 핸드폰을 든 여민주가 성연에게 말했다.“언니. 정 이사인데요. 왜 갑자기 내게 전화를 했을까요?”7 명의 임원들 중에서 정 이사가 가장 선임이라는 사실은 성연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WS그룹에 있을 때, 여러 개의 큰 프로젝트에 투자해서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한 정 이사는 실로 WS그룹의 큰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받아 봐! 사매가 유럽에서 자신들을 구해준 것에 감사를 표하려는 전화일 거야.” 성연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예민주는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정 이사님, 예민주입니다...”정 이사와 30초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성연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런데 지금 정 이사는 무진의 앞에서 예민주를 초청해서 같이 식사를 하자고 제의했다.“정 이사님, 괜찮습니다... 저도 우연히 돕게 된 건데, 제가 가
운성시 운정궁 도화원 룸 안.무진은 7 명의 임원들과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열띤 분위기였다.최근 십여 년 동안 WS그룹이 성장하면서 유명 인사가 된 이 7명의 고위 임원들은 스톡옵션을 포함한 몸값만 해도 수천억 원에 달했다. 정 이사는 특히 더 높아서 무려 6조 원에 달했다.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재계의 관심의 초점이 되었고, 다른 회사와 접촉할 때마다 반드시 사업 구도의 변화가 따랐다.예전에 둘째, 셋째 일가가 줄곧 붙잡으려고 했던 대상도 바로 이 7명이었다. 그러나 둘째, 셋째 일가 모두 돈이 없었기 때문에 접촉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진은 줄곧 이 임원들을 다시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여겼다.그들은 반드시 WS그룹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WS그룹에서는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처럼 활약할 수 있지만, WS그룹을 떠난다면 필연적으로 말라 죽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번의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은 무진에게 큰 경각심을 주었다.그는 도대체 누가 이 7명의 고위 임원들을 초청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더 나아가서 상징적으로 캐묻는 것도, 7명의 임원들이 원인을 말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속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무진이 진정으로 신경을 쓰는 것은 결국 이 7명의 임원들을 동시에 초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야. 이들 중에 WS그룹을 배신한 사람이 한두 명이라도 있다면 그룹에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어.’‘정 이사 등의 말에 따르면 가능성이 있는 곳은 바로 실혼전의 캐서린이야.’‘하지만 실혼전의 사람들은 청혈진주를 노리고 있는데, 왜 그룹의 이 7명의 임원들을 초청한 걸까?’‘설사 알았다 해도 이를 드러내면 안 돼!’무진은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마치 실종 사건은 잊어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무진은 그들의 의심을 없앤 후에 앞으로의 예방 조치를 해야 했다. 그래서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새로운 세대의 임원들을 빨리
“민주 씨, 이미 고맙다고 말했지만, 다시 한번 이 일곱 분을 되찾는 걸 도와준 민주 씨에게 감사 인사를 할게!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WS그룹은 정말 큰 문제에 봉착헸을 거야!”무진은 임원들 앞에 예민주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7명의 임원들이 WS그룹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뜻이 분명했다.수줍음이 가득한 표정의 예민주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무진 오빠, 정말 그러실 필요 없어요. 성연 언니야말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도 7명의 임원분들을 무사히 돌아오게 할 수 없었을 거예요.”“자, 여기 음식 좀 먹어봐. 줄곧 외국에 사느라 이런 정통 음식을 먹기 힘들었을 거야!”무진은 예민주의 온몸에서 향수 냄새를 맡자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국제적인 명품 향수 같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예민주 씨, 자! 고맙다는 표시로 한 잔 하시죠! 술을 못 마시면 억지로 마시지 말고 음료수를 드세요!” 정 이사가 일어서서 술잔을 들고 말했다.예민주는 웃으면서 자신의 잔에 와인을 따른 뒤 와인 잔을 들었다.“선배님들 앞에서 제가 어떻게 무례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저를 얕보지 마세요. 와인은 저도 좀 마실 수 있답니다.”말이 끝나자, 술잔을 든 예민주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 오빠, 그럼 같이 건배해요. 앞으로 계속 오빠 집에 머무르면서 폐를 끼치겠어요.” 무진의 잘생긴 얼굴을 보면서 예민주의 마음속 만족감은 더욱 커졌다.‘이 남자는 외모든 기질이든 아니면 매너든, 내 운명의 배우자가 확실해.’예민주의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눈빛은 더욱 요염해졌다.무진은 자연스럽게 잔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말 할 필요 없어. 너와 성연이가 선후배 관계인 이상, 네가 우리 집에 머무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게다가 집의 조건도 호텔보다 꼭 더 좋은 건 아니니까 말이야.”말을 마친 무진은 곧바로 단숨에 다 마셨다. 예민주는 놀려주고 싶은 생각에 와인을
예민주가 뿌린 향수의 효과는 일반 향수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예민주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금지 약물 13종』은, 이러한 처방에 따라 만들어진 약들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예를 들어 예민주가 성연의 인식과 기억을 바꾸는데 사용했던 약이 만약 세상에 나온다면, 또 얼마나 많은 암흑가의 지하세력들이 이를 원하겠는가?예민주가 지금 사용한 향수는 성분이 아주 평범해서, 화장품 회사들이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매혹하게 만드는 효과는 바로 일반 향수의 10배가 넘는다. 만약 어떤 다른 속셈을 가진 사람이 이용한다면, 그야말로 남자들은 너무나 쉽게 실수할 것이다.정 이사 등 7명이 번갈아 무진에게 술을 권했기에, 무진은 이미 취할 때까지 마시면서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결국 이들은 모두 WS그룹의 핵심 인물들인 데다가, 당분간 다른 후보가 있기 전까지는 무진이 이들을 다독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시간이 이미 10시에 가까워지자 식당의 다른 손님들은 대부분 이미 자리를 떴다.무진이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니 아내가 카톡을 보내왔다.[술은 너무 많이 마시지 마세요! 사매를 잘 보살펴 주고 일찍 오세요!]무진은 예민주를 힐끗 보았다. 예민주의 매혹적인 눈빛이 무진과 마주치자, 예민주는 곧 고개를 숙이고 무척 당황한 모습이었다.이것이 바로 예민주의 장기다. 남자들이 이런 수줍어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저항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자신의 몸매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볼륨이 있기에, 남자들이 시선을 돌리지 못할 거라고 자신했다.[곧 끝날 거야! 일찍 돌아갈게!]무진이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윽고 마지막 잔을 들고 정 이사 등을 향해 말했다.이게 마지막 잔이라는 뜻이다.“예, 예. 일을 지체해서는 안 되는데 저희 잘못입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마지막으로 한 잔 하시지요. 내일 일어나면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동안 그룹이 있었기에 지금의 신분과 지위도 있는 것이니까요!”
만찬이 끝났고 무진은 이미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었다.무진이 일어나서 떠날 준비를 하자, 정 이사 등도 분분히 작별 인사를 한 뒤 사라졌다.기다리고 있던 손건호의 차에 오른 무진은, 바로 뒷좌석에 누운 뒤 눈을 감았다.이렇게 되자 예민주는 좀 멍해졌다.원래 무진을 따라서 함께 타려고 했다. 그러면 좁은 차안에서 무진이 어떤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무진의 모습은 분명히 자신과 함께 차를 타고 싶지 않다는 의사 표시였다.“예민주 씨, 대표님이 술에 취하신 모양입니다. 서한기가 바로 뒤에 있으니까 민주 씨를 모시러 오라고 할게요!”손건호는 보스의 이런 반응은 거의 보지 못했지만, 무진의 뜻을 기민하게 바로 알아차렸다.“그래요, 그럼 수고하세요!” 예민주는 화를 참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서한기도 곧 달려왔다 마치 잠에서 막 깬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예민주를 보자 바로 정신을 차렸다.손건호의 차는 곧바로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이미 떠나는 벤틀리를 보면서 예민주는 정말 화가 나서 발이라도 동동 구르고 싶었다.“민주 씨, 술 안 마셨구나. 데려다 줄 테니 얼른 차에 타!” 서한기가 소리쳤다.예민주는 달갑지 않았지만 서한기의 차를 탈 수밖에 없었다.도중에 서한기는 예민주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향기에 정말 자신의 마음이 꿈틀꿈틀 움직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강한 의지로 겨우 억제하면서 물었다.“민주 씨, 그 향수는 냄새도 정말 좋고 느낌도 아주 특별하네? 어떤 브랜드야?”“무슨 명품도 아니고 그냥 내가 직접 만든 향수일 뿐이에요.”예민주는 무심코 대답했다. 서한기는 그녀의 목표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차창을 열고 환기를 시켜서 서한기가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민주 씨 정말 대단하네. 우리 보스는 의술에 능하고, 민주 씨는 약에 능하네. 과연 훌륭한 스승님을 이어받아서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야!”“그래요! 선배의 의술은 나보다 훨씬 대단해요. 그리고 대사형은 분명히 기교에 능
다음 날 아침, 무진은 문자를 하나 받았다.[진상철이 귀국을 신청합니다.] 무진은 곧바로 허락한다는 회답을 주었다!지금 진상철은 행동한 뒤에 보고한 상태라서 이미 운성공항에 도착한 상태였다. 진혜선이 차를 가지고 오빠를 마중하러 나왔다.“괜찮아? 진교철 그 자식이 요즘도 아버지를 위협하고 있어?”진씨 가문은 진양산이 혼약을 파기하던 그때부터 연계진과 진교철의 보복을 두려워했다.그러나 그들은 연운그룹이 결국 이틀 만에 무진에게 철저하게 몰락하고, 연계진은 감옥에 들어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진교철도 오랫동안 잠잠한 채 진양산과 연락이 끊겼다. 그러나 진양산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켰던 자산들은 여전히 진교철의 수중에 들어 가 있는 상태였다.눈썹을 가볍게 찌푸린 진혜선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나는 진교철이 파혼 때문에 우리에게 보복할 작정인지 생각해 봤어. 최근 자금을 써야 할 곳은 너무 많은데 자금을 모으는 건 어려워서 아버지의 스트레스가 정말 커!”“아버지가 설마 강 대표를 찾아간 적이 없단 말이야? 우리 진씨 가문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줄곧 WS그룹을 따라 함께 했어. 지금 강 대표에게 가면 틀림없이 도와줄 거야.”진상철은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비록 자신이 WS그룹에서 중요한 직책에 있어서 수중에 자금은 부족하지 않더라도, 사사로이 자금을 유용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자신이 먼저 사용하고 다시 무진에게 보고해도, 무진은 아마 동의할 거라고 생각했지만.진상철은 아버지가 직접 무진에게 도움을 청하길 바랐다.진상철이 눈살을 찌푸리자 진혜선이 얼른 설명했다.“오빠, 아버지는 이번에 정말 체면이 깎일까 봐 하지 못하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 오빠를 부른 건 바로 오빠가 나서 주기를 바라는 거지.” “그리고 아버지는 집안의 일을 모두 오빠에게 맡길 모양이야! 오빠가 WS그룹에서도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했으니 집에 돌아와서 도와줄 때도 됐어.”진상철은 그 말을 듣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내가 말했잖아, 당분간은 WS
“혜선아, 너도 나이가 적지 않아! 자신의 결혼도 생각해야 하지 않아?”차에서 진상철이 불쑥 물었다.진혜선은 갑자기 당황했다. 자신은 확실히 나이가 많았다. 게다가 출신 때문에 줄곧 눈에 띄는 남자도 거의 없었다. 결혼 독촉은 이미 습관이 된 일이다.“오빠, 아직도 내 얘기하는 거야? 오빠도 아직 결혼 안 했잖아. 나는 이제 막 연계진한테서 벗어났어. 좀 그만해!” 진혜선은 입을 삐죽거리며 승복하지 않았다.“나는 남자인데 어떻게 너하고 같겠어. 게다가 나는 지금 여자친구가 있어. 결혼하자는 한 마디로 되는 게 아니야. 여자인 네가 정말 잘 생각해야 해!” 웃고 있는 진상철의 눈빛은 온통 놀리는 듯한 기색이 농후했다.정말로 결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뭔가 걱정하고 있었다.여동생이 그동안 줄곧 무진에게 빠져 있다는 걸 진상철이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였다. 예전에는 진상철도 영리하고 철이 든 여동생이 온화하고 정숙한 스타일이라 확실히 무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성연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젠 결혼도 했으니 모든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그래서 진상철은 여동생이 무진을 완전히 마음속에서 내려놓고, 더는 어떤 욕심도 품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결혼을 재촉한 것이다.‘물론 내가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여동생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해야 해.’“오빠 사실 이렇게 오랫동안 내 생각은 여전히 같았어. 심지어 이번에 연계진은 하마터면 나한테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려고 했어. 내가 나서서 설계한 것이기도 하지만!”“알아!”진혜선은 오빠 앞에서 숨길 필요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오빠가 진혜선을 얼마나 아끼는지는 운성 전체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빠가 알고 있다고 말하자 진혜선은 여전히 멍한 채 눈살을 찌푸렸다.“오빠가 어떻게 알았어?”“아까 네 생각은 같았다고 했잖아. 너의 그 수법은 강 대표나 아버지는 속일 수 있지만 나를 속일 수는 없어.” 진상철의 홀가분한
진씨 가문의 저택. 손에 찻잔을 쥔 진양산은 온몸이 긴장한 채 눈살을 찌푸렸다.눈을 들어 진상철을 보다가 다시 천천히 진혜선에게 눈길을 돌렸지만,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기색이었다.“상철아, 너는 정말 혜선이가 이 압력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리고 지금은 밑천이 없으면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안 되는 때야. 자금 회전도 이미 막힌 상태인 걸!”한평생 신중했던 진양산이 다 늙어서 조카 진교철의 모략에 진씨 가문의 방대한 자금을 빼앗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현재 진씨 가문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수중에 쥐고 있는 WS그룹의 주식뿐이다. 그러나 주식을 만약 현금화한다면 필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고, 이는 무진 쪽의 불만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며칠째 근심하고 있던 진양산은 아들이 돌아오자 마음이 다소 안정되었다.진상철이 진혜선을 바라보자 진혜선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아버지, 할 수 있어요! 그동안 연계진의 영향으로 우리 가문의 사업에 많은 피해를 입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마음속에는 이 사업에 대한 계산이 있어요.” “이전에 제 작은 회사에도 큰 문제가 생긴 적이 없지요. 그러니 이번에는 저를 믿어보세요!”진혜선이 용감하게 나섰다. 자신이 가문 전체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이유는 성연보다 약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상철은 아버지를 계속 위로했다.“아버지, 자금 일은 이번에 제가 강 대표와 이야기할게요. 내 생각에, 강 대표는 예전의 나쁜 감정을 따지지 않을 거예요.” “빌려도 돼요. 2천억 원 정도면 대략 우리 가문의 사업을 정상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을 거예요.” “진교철이 횡령한 2조 원은 제가 아버지께 반드시 그 돈을 회수하겠다고 약속할게요! 그건 우리 진씨 가문이 수십 년 동안 모은 돈이에요!”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진양산의 눈가에는 은은하게 눈물이 맺혔다.“그래, 그래. 너희 남매가 다 컸으니 너희들을 믿으마! 나도 푹 쉬고 싶구나! 여행이나 다니면서 행복을 누려야겠어!”“그럼 얼마나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